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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 생활 기록

퍼스 생활 기록 - 직장 생활(3); 수동 차를 몰라구요?

 

1

 

해외살이는 소소한 것도 도전이 된다.

 

지금은 아니지만

나는 전형적인 장롱면허였다.

면허를 땄지만 운전할 차가 없었다.

 

하지만 사회는 날 가만두지 않았다.

 

공장에서 일할때 기숙사 생활을 했었다.

종종 직원들끼리 돈을 모아서 회식을 했었다.

그런데 나는 술을 못 먹게 했다.

 

그 이유는 기숙사로 돌아올때

내게 운전을 시키기 위해서였다.

뭐 짜증이 났지만 이런게 사회생활이라고 생각했다.

 

회식이 끝나고 돈을 걷는 시점이 왔다.

나는 운전을 해주니 면제라고 했다.

감사했다. 짜증이 증발했다.

그래서 정성을 다해서 기숙사로 모시려고 했다.

그러나...

 

문제는 운전할 차가 수동이었다.

그땐 운전 경험도 많이 없었다. 게다가

수동인 자동차는 면허 딸 때 말고는 구경조차 못했었다.

 

술이 들어간 아저씨들의 격한 격려를 받으며

(욕아니고 진짜격려) 면허 시험을 치를 때를 떠올리며

열심히 해봤다.

 

기어 변속할 때는 차가 심하게 울컥 덜컹 거리며

크게 흔들렸다. 차 주인은 차 망가지겠다며 놀렸다.

다른 사람들은 속이 안 좋다며 우웩우웩 거렸다.

 

신호가 걸리거나 정체구간에는

어김없이 시동을 꺼먹었다. 시동을 꺼트릴 때마다

차 안은 웃음 바다가 되었다.

 

그렇게 몇 번 수동 자동차를 운전해본게 전부였다.

 

그런데...

2

 

출근한 회사의 업무용 자동차가 수동이었다!!

아니 ... 와 ... 뭐지 ? 싶었다.

 

한국은 이제 화물차도 오토가 많은데

호주는 아직도 많은 차량이 수동이었다.

출장을 나가는데 차가 수동이라 난감했다.

 

한국에서 운전을 했던 경험이 있어도 차선이 반대고,

게다가 수동이라니?

눈앞이 깜깜했다.

 

혹시 몰라서 보스에게

수동 자동차를 운전해본지가 오래되서

혹시 오토는 없는지 물었다.

있는데, 지금은 쓸 수 없다고 했다.

 

두려움을 숨기고 자신있는 척을 하며

알았다고 한번 해보겠다고 했다.

보스는 웃으며 어려울게 없다고 했다.

 

공장을 빠져나오는데 2번 정도 시동을 꺼먹었다.

시동을 꺼먹을 때마다 보스는 빵 터지며

"YOU CAN DO IT MATE!" 이라며

격한 격려를 해줬다.

 

나는 따봉을 한 번 날려줬다

자신감 있는 미소를 곁들인..

 

3

 

하지만 자신감과 다르게 신호대기,

라운드어바웃, 정체마다 시동을 꺼먹었다.

뒤에 차들에게 많이 미안했다.

 

공장에 돌아왔더니 보스가

시동 몇번이나 꺼 먹었냐고 10번 정도 꺼먹었다고 했다.또 빵 터졌다. 앞으론 더 괜찮아질꺼라고 했다.

실은 반정도 줄여서 말한거였다.

 

적응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4

 

회사에는 큰 짐을 싣는 화물차들도 있었다.

가장 최신 자동차는 오토였다.

어느날엔 현장에 짐을 가져다 주는 일을 해야 했다.

 

물론 화물차도 몰아본 적이 없었다.

걱정이 되었지만 윌리엄은 괜찮을 거라며

행운을 빌어 줬다.

 

윌리엄도 같은 현장에 가는 거였는데

행운만 빌어주고 무하마드와 함께 다른 차를 차고 갔다.

무하마드는 내가 들어오기 1주일 전에 들어온 친구였다.

 

현장에 도착하니

윌리엄과 무하마드가 먼저 도착해있었다.

윌리엄은 첫 화물차 운전을 완료한것을 축하해 줬다.

 

축하받을 일이 아닌건 알지만

무사히 도착한게 기쁘긴 했다.

안해본 일을 해내는 것은

언제나 기분이 좋은 일이니까

 

5

 

현장엔 그들 말고도 나단이와 마사도 있었다.

 

내가 짐을 내리기 위해서

웨빙벨트와 라쳇버클을 풀고 있는데

마사가 와서 내게 화상실이 어디냐고 물었다.

 

나 방금와서 모른다고 했더니

그 상황이 너무 웃겨서 우린 빵터졌다.

 

실은 비슷한 일이 입사 첫 날에 있었다.

첫날에 특별히 주어진 일이 없어서

청소를 하게 되었다.

청소를 하기 위해서 청소기를 찾는데

내가 마사한테 청소기를 어디 있냐고 물었더니

"몰라, 나도 오늘 여기 처음이야" 라며

둘이 빵 터졌었다.

 

 

6

 

그렇게 호주에서 운전실력이 나날이 나아졌다.

 

체감상 퍼스의 도로는

한국보다 도로폭이 넓게 느껴진다.

(직접 측정을 해보지 않은 느낌일 뿐)

그래서 운전하기에 더 수월하다.

 

대체적으로 양보를 잘 해주는 편이다

게다가 내가 주로 다니는 구간은

차량 통행이 그리 많지 않아서 운전하기에 나쁘지 않다.

 

이제는 많이 적응이 됐지만

그래도 언제나 안전운전을 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