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퍼스 생활 기록

퍼스 생활 기록 - 직장 생활(4); 사람 사는거 다 똑같다

1

외국계 회사를 다녔던 적이 있었다.

다른 회사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회사 업무 시스템은 외국 스타일,

사무실은 한국식 문화가 곁들여진

적당히 현지화되어 있었던 회사였다.

약간 신선한 경험이었다.

좋은 점도 나쁜 점도 있었다.

2

외국 회사를 다니면 개인적인 영역은 존중해 주고,

개인적인 질문은 실례가 되므로

가급적 잘 묻지 않는다는 글을 많이 보았다.

그런 글을 많이 보아서 선입견까지 갖게 되었다.

호주에서 회사를 다닌다면 한국에서처럼

호구조사와 같은 질문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오지랖 부리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더더욱이나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호주에서 조그마한 회사를 다녀보니 적어도 내가 겪은 사실은 인터넷과 좀 다른 것 같다.

3

입사 첫날

나는 질문 폭탄을 받았다.

그리고 다니면서 많은 것들을 물어보았다.

윌리엄 : 당신은 어디서 왔습니까?

나 : 한국입니다. 당신은요?

윌리엄 : 오, 저는 호주에서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이태리에서 호주로 왔습니다. 그래서 결혼을 해서 저를 낳았습니다.

나 : 오, 저 파스타 좋아합니다.(개뜬금) 파스타 좋아하시나요?

윌리엄 : 네. 파스타도 좋아하고 누들도 좋아합니다.

나단 : 북이요? 남이요?

나 : 남쪽 한국입니다.

나단 : 김정은은 북쪽 한국 사람인가요?

나 : 네,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사람이죠. 그는 북쪽 사람입니다.

나단 :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나요?

나 : 아니오, 불법입니다.

나단 : 한국은 어느쪽에 있나요? 태국하고 가깝나요? 나 : 아니오, 태국하고 멉니다. 일본하고 가깝습니다.

윌리엄 : 형제가 있나요?

나 : 네 있습니다.

나단 : 형제도 호주로 오나요?

나 : ?? 아니오. 안 옵니다.

나단 : 부모님이 호주로 오나요?

나 : ?? 아니오. 안 옵니다.

윌리엄 : 한국은 한국말을 쓰나요?

나 : 네 한국은 한국말을 씁니다.

윌리엄 : 영어나 다른 언어를 함께 사용하나요?

나 : 아니오. 대부분 한국말을 씁니다.

그 외에 어디 사는지(자가인지, 렌트인지, 쉐어인지), 이전엔 뭘 했는지, 연인은 있는지, 애가 있는지, 혼자 사는지, 누구랑 사는지, 나이는 몇인지, 호주엔 언제 왔는지, 호주는 마음에 드는지 등등 많은 것들을 물어보았다.

4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그들은 종종 개인적인 것들을 물어보았고

내가 되물어도 그들도 잘 대답해 주었다.

예전에 한국에서 다녔던 가족 같은 회사의

직장 상사가 생각났다. 그는 오지랖의 끝판왕이라

거의 모든 이벤트에 참석하여

여기에도 저기에도 어디에도 있는 사람이었다.

입사할 때 그분이 면접관으로 면접을 봤었는데

호구조사부터 전공지식까지 고루고루 질문을 하셨다.

그런데 여기 대부분이 호주인인 회사에서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음을 느꼈다.

갑자기 한국 같은 느낌적인 느낌을 받았다.

기분이 나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저 동양에서 온 사람에게 관심을 표현하는

방법인 것 같았다. 관심이 없으면 말을 섞지도 않으니

5

직장 동료들과

어째어째 손짓발짓눈빛 통역기 등을 통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결국 드는 생각이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 였다.

금요일 아침엔 더더더욱 높은 텐션으로 아침 인사 하고, 주말엔 좋은 계획이 있는지 물어보고,

월요일엔 주말에 뭘 하며 보냈는지 물어보고,

처음 보는 음식을 도시락으로 싸 오면 무슨 음식인지,

뭘로 만드는지 물어본다.

영어를 못해서 완벽하게 대답을 해줄 수 없어서 답답하면서 아쉬움을 느낀다.

그래도 말도 잘 안 통하는데 관심을 주며

이야기하려고 노력해 주는 게 고맙다.

좋은 보스와 동료들을 둔 것 같다.